갈매기
먼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.
유난히 바람이 세게 불던 날
폭폭
버린것 같은 새 한마리를 만났다.
발자욱 새겨지는 모래사장을 지나
도착한 항구에는 별나게 찬 바람이 불었다.
텅 비어 버려 세찬 바람이 휘몰고 지나가도
온 몸으로 막아서야 하는 저항감을 느낄 수 없던 날
몇 안되는 사람들 마저 돌아가 버린 항구에 서 있었다.
그곳에서 나처럼 가슴이 텅 비어
원래 저렇게 생긴 새들은
본능적으로 무리를 지어 다닌다.
하지만 그날 내 눈에 비친 새는
홀로 바람을 맞고 있었다.
유난히 하얗고 까만 눈을 들어
깜박임조차도 없이
먼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
철조망
가시가 예사 롭지가 않다.
무에 그리 서러움이 많은지
이미 오랜 세월에 의해 녹슬기 시작한 몸으로도
그 날카로움을 버리지 않고 있는지...
마음을 완전히 열고 세상을 숨쉬기엔
너무 많은 서러움을 받았나 보다.
무엇이 되었건 간에
저 가시에 찔리지 않고는
다가설 수 없게 막혀 있는...
언제 부터인지
내게도
저런 가시 철망이 만들어져 있음을
알고 있음 만으로도
저 날카로운 흉물스러움이
그리 낯설지가 않다.
난 그저,
늘 평화로운 모습으로 열려져 있기를 바라는데
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가슴에도
날카로운 철망이 겹겹이 둘려 있단 걸 알아 버렸음이
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가시임에 틀림 없지만
나를 먼저 찌르고 있단 걸 알게 된 시작이었다.
오직 상처만 남을 뿐인 가시 투성이의 철망을 걷어내야 함을 알면서도
가시에 다칠 내 맘이 또 얼마나 많은 아픔을 참아야 하는지를
걱정하여 치우지 못하고 있다.
치워야지, 치워야지 하면서도.....
혹여라도, 가슴에 이렇게 무거운 가시가 남겨져 있는건 아닐까?
하지만, 오늘 난 확실히 알게 된다.
남아 있었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것이란걸...
아기사과
꿈결에
어머님의 따스하고
부드러운 손길을 느낌니다.
부드럽고 따스한 손길이 스치듯 지나가며 남겨 놓은 건
갓 만들어진 솜이불의 포근함과 한 겨울 매운 눈 부벼가며
지핀 군불의 열기로 데워진 훈훈한 사랑방의 훈기 입니다.
여운으로 남겨진 어머님의 손길이 사라지며
오랜만의 한갓짐으로 바라본 이른 아침의 정경에는
잠시같은 두어개의 계절을 채 기억에 담지도 못한채
또 다른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끝낸 모습으로 남겨진
가을이 있었습니다.
발밑에 채이는 나뭇잎의 폭신한 느낌으로 시작해서
고개들어 바라본 키 커다란 나무의 줄기에 남겨진
유난히 빨간색의 잎새하며 몸을 감싸고 지나가는
바람의 서늘함도 그렇지만 늘 지나가며 보아오던
아기사과 나무의 주렁주렁한 빨간 열매가 달랑 하나만
남아 있음이 벌써 가버린것 같은 가을의 마지막임을
알 수 있게 합니다.
매번 느끼는 거지만
정말 열심히 지나간 시간을 가꾸었다는 자부심에도
남겨진 것들을 이야기 할게 별로 없단 생각이 들면
한결같은 모습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다가 예쁜
과실을 남겨놓아 다음을 준비하는 자리매김이
부럽답니다.
내 살아가는 시간들속에도 오랜시간에도 변함없는 恒心이 남아
때가 되면 저렇게 빨간 과실하나 소담스럽게 살찌우고
지나가던 누군가의 눈길에 담겨지는 행운이라도 있어
그 예쁜 모습에 마음 편한 미소 한번 일어나 주었으면 합니다.
이른 단잠을 깬 내가 남겨진 빨간 과실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었듯이...
추억
무어든지간에 그윽한 향이 필요한 저녁.
이것저것 재지 않고 나선길에
자그마한 카페가 보였다.
흔히 카페촌이라 불리우는 복잡한 곳이 아닌
별 생각없이 나선 길에 보여진 황토빛 가득한 외진 곳.
조금은 어두운 조명을 찾아 자리를 잡고 커피를 시켰다.
[ 카페 카푸치노 ]
그윽한 향이 오래가고 입끝에 달라 붙는 따스한 거품과
약간의 향을 더해 주는 검은색의 분말.
마냥 부드러운 옜스런 노래들...
난 사실 커피를 가려가며 마시지는 않는다.
어딜 가든 주문을 받으면 다방커피를 부끄럼없이 외치는 타입이니...
하지만 가끔 이렇게 [ 카페 카푸치노 ]를 크지 않은 소리로
주문하는 날은 가슴이 아주 많이 버거롭거나 머리로써 이해
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 날이다.
그런 힘겨움을 가려내어 카푸치노의 향에 녹여버리는 과정을
즐기기 위해서 이다.
오래전 어느날인지는 기억되지 않지만 비내리는 소리가
참 크게 들렸던 날에 처음 맡아보는 향과 함께 미소를 담아
내게 주어진 커피는 눅눅하고 축축한 비오는 날의 짜증스럼을
채 느낄 수 없게 해 주었다.
그때부터 인것 같다.
유난히 버거롭고 번잡스런 날에는 가끔 이렇게
[ 카페 카푸치노 ]를 외친게...
아마도 나와 동류의 느낌을 지니고 이곳을 찾았던이가 있었나 보다.
고개를 돌려 바라본 테이블에는 낙서가 있었다.
그와 함께 자리하고 호흡하고 미소와 향기를 나누었던 기억이
불행히도 고스란히 기억되고 있는 어떤이가 써 놓은 낙서가 있었다.
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 미소와 향기를 남겨 보면서...
내가 가끔 [카페 카푸치노]를 주문하듯이 그는 낙서를 남겼다...
You are So Special! (엽서한장)
엽서가 왔어요.
먼길을 날아 내게로 온 엽서는
두툼한 켄트지를 자르고 단추를 붙이고
[ You are So Special ]
이란 문구가 새겨지고 박음질까지 한
다소 투박하지만 마음이 가득담긴 모습으로
제게 도착 했답니다.
메일에 길들여져 있음을 익히 알고 있어 실물편지가
더 없이 반가울수 밖에 없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엽서를 보니
반가움의 넘어선 또 다른 즐거움이 마음 가득히 넘쳐 나는걸
느낄 수 있었답니다.
아직 교복이란 것이 남아 있던 시절. 검은색 정복에 노란색의
단추가 유난히 빛나던 때 노란 단추 하나 떨어진 곳이 허전할
때를 빼고는 단추라는 단어조차도 잊어가고 있었는데
지인이 보낸 이 단추 엽서는 별 다른 의미로 내게 남겨 집니다.
어머님의 손길이 유별나게 필요했던 어린 시절로 기억을 되돌려
보며 이제 어머님의 손길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며 하나하나
잊혀져 가던 그 따스함을 생각해 봅니다.
때로 골무도 없이 급한 바느질을 하시다가 손을 찔려 맑은
선홍빛의 피 한방울 맺히면서도 여전히 아들의 단추를 챙기시고
튿어진 부분을 메꾸어 주시던 어머님의 마음에도 지인이 보낸
엽서의 문구 같은 마음이 가득 하였을 것이라 느껴 봅니다.
[ You are So Special ]
그 특별함을 오늘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습니다.
당신은 내게 아주 특별한 존재 입니다. 라고...
시간이 지난 이야기지만 주머니에 넣어두고 잊었던 동전하나를
찾은것 같은 반가움이 새삼스러워 다시 꺼내어 본 글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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