추억





무어든지간에 그윽한 향이 필요한 저녁.
이것저것 재지 않고 나선길에
자그마한 카페가 보였다.

 

흔히 카페촌이라 불리우는 복잡한 곳이 아닌
별 생각없이 나선 길에 보여진 황토빛 가득한 외진 곳.

조금은 어두운 조명을 찾아 자리를 잡고 커피를 시켰다.

 

[ 카페 카푸치노 ]

 

그윽한 향이 오래가고 입끝에 달라 붙는 따스한 거품과
약간의 향을 더해 주는 검은색의 분말.
마냥 부드러운 옜스런 노래들...

 

난 사실 커피를 가려가며 마시지는 않는다.
어딜 가든 주문을 받으면 다방커피를 부끄럼없이 외치는 타입이니...

 

하지만 가끔 이렇게 [ 카페 카푸치노 ]를 크지 않은 소리로
주문하는 날은 가슴이 아주 많이 버거롭거나 머리로써 이해

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 날이다.

 

그런 힘겨움을 가려내어 카푸치노의 향에 녹여버리는 과정을

즐기기 위해서 이다.

오래전 어느날인지는 기억되지 않지만 비내리는 소리가

참 크게 들렸던 날에 처음 맡아보는 향과 함께 미소를 담아

내게 주어진 커피는 눅눅하고 축축한  비오는 날의 짜증스럼을

채 느낄 수 없게 해 주었다.

 

그때부터 인것 같다.
유난히 버거롭고 번잡스런 날에는 가끔 이렇게

[ 카페 카푸치노 ]를 외친게...

 

아마도 나와 동류의 느낌을 지니고 이곳을 찾았던이가 있었나 보다.
고개를 돌려 바라본 테이블에는 낙서가 있었다.

 

그와 함께 자리하고 호흡하고 미소와 향기를 나누었던 기억이
불행히도 고스란히 기억되고 있는 어떤이가 써 놓은 낙서가 있었다.

 

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 미소와 향기를 남겨 보면서...
내가 가끔 [카페 카푸치노]를 주문하듯이 그는 낙서를 남겼다...